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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 <1>
역사/고전 관련 | 2006/05/01 18:37
한때 독일사를 하려고 했었다. 내가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가 독일어였거나, 전공 와중에서 조금만 더 독일어 수업을 했거나, 우리 학교 독일사 담당 교수님이 조금만 더 나와 맞았더라면 난 지금쯤 영락한 미국사학도가 아니라 영락한 독일사학도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집에서 돈 떨어지는 타이밍이야 마찬가지였을 테니) 독일-영국-미국은 늘 내가 관심권에 두던 국가들이었고, 이중 독일은 어렸을 때부터 2차대전 영화 등을 적극적으로 접하면서 키운 호기심이 주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나의 투쟁이 출간되었을 때, 보자마자 얼른 집어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히틀러 평전에는 의외로 전공자가 제대로 쓴 것은 드물고, 관련 번역서적도 몇 권 정도다. 비전공자에게 한국어로 된 서적 중 추천할 수 있는 것으로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 샤일러의 제3제국의 흥망, 그리고 히틀러의 여인들, 정도가 있다. 미안하지만, 이 외에는 지나치게 군사면에 치중하고 있거나 히틀러를 오히려 우상시하고 있거나 악마로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군사면에 치중한 서적들은 사건의 전쟁사적 의미에 치중하느라 바빠 몇몇 사상적 요점을 놓치고 있기도 하다. (SS에 대해서 얼굴보고 뽑은 바보 모델집단이라고 평한 서적을 보고 하는 말이다. 그 책은 분명 나름의 훌륭함을 갖고 있었기에 충분히 참고할 만한 자료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역사적인 면에 대해서는 별로 점수를 줄 수 없었다.) 그외 전쟁사 쪽 자료는, 그 당시의 역사를 모르고 읽었다간 무기제식과 전략전술에 현혹돼 정작 전쟁 자체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끔찍함은 다 놓칠 가능성이 크다.

부가로 추천할 만한 것에는 만화책인 "쥐"가 있다. 이쯤 되면 눈치채시는 분들이 있을 법 하다. 내가 추천한 책들은 대부분 생존자의 직접적 증언에 근거하고 있다. 히틀러 본인의 책은 말할 것도 없고(나의 투쟁의 경우 훌륭한 주석 덕분에 훨씬 더 읽을만한 책이 되었다. 히틀러가 말하는 히틀러 자신과 연구가들이 밝혀낸 그의 모습도 비교해 볼 수 있으니까.) 제3제국의 흥망의 경우 샤일러는 전시 거의 내내 독일에 주재하고 있던 영국 특파원이었다. 히틀러의 여인들 또한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최대한 냉정하게 쓴 책이다.

조금 딱딱한 책을 더 추천한다면 제2제국, 이라는 책이 있다. 훌륭한 책이지만 저자가 기억나지 않는걸 보니 내 뇌세포의 수명이 다 하고 있는 것 같다 -_- 그리고 메리 풀브룩이 쓴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두 책은 나치이전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독일사가 어떤 흐름을 거쳐 나치까지 이르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정반대 의건을 담고 있는 책들이다. 제2제국이 먼저 쓰였고, 그 위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가 나왔다. 제2제국은 자학적이고,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는 그 자학을 위로해주는 척 하며 심장에 비수를 박는다. 좋은 책들이다.(......)

그리고 에릭 홉스봄이 쓴 20세기 - 전쟁의 시대가 있다. 19세기를 주제로 했던 혁명-산업-자본의 시대 시리즈의 후속으로, 20세기의 전쟁에 대한 훌륭한 책이다. 강추다.

이외에도 훌륭한 책들이 특히 요즘 많이 나왔으니, 지금 내가 늘어놓고 있는 사설이 이미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겐 너무나 기초적인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대강 아주 큰 얘기만 할 생각이니 사소한 말꼬리는 받지 않겠다. 단, "중요한" 사실이나 논거에서 에러가 있다면 언제나 지적은 감사히 받는다.

어쨌건, 내가 주로 경험자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의 증언을 듣고 그들의 편견을 감안하여 지금의 사람들이 판단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증언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 후 그에 대한 주석을 읽는 것이 가하다. 특히 역사학자나 사상가들의 강렬한 주석부터 읽고 들어가면 좋을 것이 없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야 이 긴 사설이 부끄럽고 무색할 정도의 간단한 얘기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셔도 좋을 것 같다.

~

퇴근시간이 왔으니 여기서 끊는다. 연재물이 될 것 같다. 그럼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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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valon의 감자밭 2006/05/04 14:38 x
제목 : HASS!
지난번에(뒤적) 전쟁 난 데까지 얘기했던 것 같다. 그럼 얘기를 좀 다른 쪽으로 돌려보겠다. 지난번에는 그렇게나 수업시간에 줄줄 외워야 했던(...) 범 게르만 주의와 범 슬라브 주..
이카 2006/05/01 23:54 L R X
흥미롭고 재미있는 글입니다. 예전에 세계사 시간에 배운 것이 새록 새록 기억이 나네요. 다음 연재 부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izzily 2006/05/02 13:59 L R X
후속편 언제 나오냐며 끊임없이 들락날락할 내 모습;;
(언제 완결되나요? *.*)
2006/05/02 14:03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땅별 2006/05/02 16:58 L R X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아, 이글루스에서 '아셀' 닉 쓰던 녀석입니다. ㅇ_ㅇ>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링크해도 될까요?
황금숲토끼 2006/05/03 16:16 L R X
이카 님/ 와아 감사합니다. 기억나신다니 훌륭한 학생이셨나 봅니다 +_+ 역사 재미없다고 다들 울던데, 사리은 제일 재밌는 과목이거든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대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는 다 나오는데 말입니다.

izzily 님/ 노력중입니다!(오늘 쓰려다 다른 글을 써버렸습 ㅠㅠ)

땅별 님/ 물론입니다! 반가워요, 그리고 감사합니다요 >.<
Alexis 2006/05/03 16:54 L R X
저도 독일어 수업을 들어보았다면..-뒤늦은 후회 해봤자지만..저도 독일과 2차대전에 늘 관심을 두고 있던터라..황금토끼님의 이야기가 무척 반가울 따름입니다..^^
황금숲토끼 2006/05/03 17:16 L R X
감사합니다! >.</
2006/05/04 09:16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황금숲토끼 2006/05/04 10:11 L R X
아유 감사는요 >.</
윤민혁 2006/05/22 02:22 L R X
아. 그리고 깜빡해서 정정해 주는 거 잊었는데...

2차대전 중 소련의 인명피해는 군인 800만, 민간인 1700만으로 공인. 도합 2500만이고, 이중에서 전시에 자체적으로 동원됐던 민방위 희생자(의용병이므로 군인 전사로 간주해야 함)가 빠져 있지. 어쩌면 2700~3000만. -_- 인류학적 인구총손실은 4500만으로 치더군.
윤민혁 2006/05/22 02:25 L R X
덧. 전후 우크라이나 독립운동으로 인한 희생자 2백만은 뺀 수치. 전후 귀향해서 수용소에서 죽은것이 "확실시"되는 60만도 뺀 수치. 죽었을 가능성이 있는 인구 2백만도 뺀 수치. -_-

단,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죽은 게 확실한 3백만은 포함돼 있다네. -ㅅ-/
황금숲토끼 2006/05/22 08:40 L R X
끄덕끄덕, 사실 넣어야 하는데 수정한다 하고 깜박하고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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