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lon의 감자밭 위치로그  |  태그  |  방명록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분류없음 | 2007/02/16 00:32
그의 입은 조금 벌어져 있었고 거기선 한 줄기 피가 흘러나와 있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그는 다만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몸은 살아있을 때 펄펄 끓던 열 때문에 아직까지도 따뜻했고 피가 묻은 입술은 선명하게 붉었다. 몸 어딘가에 박혀 있을 그 독화살촉만 아니었다면, 그는 상처입고 아파했을 지언정 그녀 옆에 살아있었을 것인데.

그녀는 팔을 뻗어 아직 굳지 않은 그의 몸을 바짝 끌어안았다. 방금 전 대지에 마지막 숨을 뿌릴 때의 자세 그대로, 고스란히 그녀를 담고 있던 눈이 닫혀 있었고 그녀를 향하고 있던 얼굴이 그대로 하얗게 잠들어 있었다. 아직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곧 언젠가 그녀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무섭도록 차가워질 것이었다.

코를 맞대고 그녀는 대지의 여신에게 기원했다. 우리의 영혼을 받아주세요. 그의 머리가 서쪽을 향하고 있지 않더라도, 죽은 자의 나라에 무사히 들어가게 해 주세요.

영원히 함께 있게 해 주세요.

잊고 있던 옆구리의 통증이 그에 대한 여신의 응답처럼 엄습해 왔다. 검은 독이 묻은 눈먼 화살은 그녀와도 함께 하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행복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다리와 다리를 섞고, 천천히 식어가는 그의 몸을 꼭 끌어안고, 언젠가 움막집 속에서 그러했듯, 굴 속에 웅크리고 누워 서로의 체취를 맡는 여우들처럼 천천히 숨을 멈추었다.




대지의 여신은 사랑하는 이들을 6000년간 그 품에 품어 주었다.

죽음도 짐승도 바람도 지진도, 그들을 갈라놓지는 못했다.

트랙백 | 댓글(5)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 http://avalon.g3.cc/tt/trackback/326
안모군 2007/02/16 16:34 L R X
저대로 보존한다고 하더군요. 저 둘에 어떤 사연이 있길래 저렇게 수천년이나 남았는지...
라이넬 2007/02/16 19:43 L R X
얼마전에 저 발다르의 연인을 처음 보고 굉장히 감동했어요. 그대로 보존되도록 주변의 흙까지 들어서 이동한다니 잘됐어요.
유 리 2007/02/17 08:16 L R X
우와... ...,
죽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고 함께 죽을 수 있다니 행복했을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폼페이의 연인들도 저런 모습이었는데.
아셀 2007/02/17 19:43 L R X
눈물이 왈칵 쏟아지네요.

천 마디 말보다도, 지금은 그냥 저들을 위해 한방울 눈물을 주고 싶어요.

황금숲토끼 2007/02/22 03:09 L R X
안모군 님/ 그거야말로 정말 절대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지요. 세상 끝날이 오기 전에는요(먼산)

라이넬 님/ 예, 그 소식을 듣고 저도 기쁩니다 ^^ 저 둘은 정말 꼭 같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아요.

유 리 님/ 예, 그거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었어요. 인간의 상상력과 현실이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아셀 님/ 처음 보는 순간 아무 말이 안 나왔지요......

아이디 :
비밀번호 :
홈페이지 :
  비밀글로 등록
내용 :
 



[PREV] [1] ..[153][154][155][156][157][158][159][160][161].. [227] [NEXT]
관리자  |   글쓰기
BLOG main image
http://www.sealtale.com <- 초를 받으세요.
전체 (227)
잡담 (40)
버닝일지! (12)
아저씨 만세 (1)
리뷰?! (3)
역사/고전 관련 (8)
각종 바톤 (1)
오늘의 위키피디아 (0)
[WOW] 워크래프트의 세계 (15)
용들의 골짜기 (5)
[더블오] 기동전사 건담00 (48)
최종 공지 - 새 블로그를 개설..
[공지] 최종공지 - 아차, 리퍼.. (27)
[더블오] Melting Point 02
[더블오] 소녀 10제-9. 도자기.. (6)
[더블오/WOW] 메멘토모리 10인.. (6)
안녕하세요, 제 글을 신나게 ..
2009 - 황금숲토끼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9 -
깩 바로 14일날까지 찾아갔다..
2009 - 황금숲토끼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9 -
아아 안녕하세요 >.< 그날 얘..
2009 - 황금숲토끼
[번역] 그저 개그가 제일 - 그..
Under the Violet Moon
마이스터즈가 넷인 까닭
遊離細工, 雜記.
마이스터즈 주제곡
遊離細工, 雜記.
[더블오] 소녀 10제-6. 진주
遊離細工, 雜記.
더블오 버닝(;;) 30문 30답
遊離細工, 雜記.
Total : 371267
Today : 10
Yesterday : 10
태터툴즈 배너
rss
 
 
 
위치로그 : 태그 : 방명록 : 관리자
황금숲토끼’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com / Designed by plyfl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