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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제대로 써 본 감상
잡담 | 2006/11/05 10:18
밑의 장광설보다 훨씬 더 일반적인 공연평에 가까운 평입니다. 네이버 쪽에 올렸는데, 써 놓고 보니 이 쪽이 더 공연 자체의 감상이라 여기에도 올립니다 ^^




예매한지 3개월 만에 드디어 라이언킹을 봤습니다...11월 2일이었어요.

이전부터 애니도 좋아했고, 음반도 무척 좋아했어서 조금은 무섭기도 했습니다 사실은...우리말 공연인데 별로면 어떡하지 하고...=_= 성격이 격렬해서 한번 싫다 싶으면 사정없이 밟아버리는데, 라이언킹을 그래야 한다면 참 가슴이 아플 것 같았거든요.

시작 5분 전 도착이라 뛰어올라가느라(핵핵) 출연진 이름이니 뭐니 하나도 확인 못 했습니다. 누가 출연했는지 게시판도 못 봤는데, 나중에 다 끝나고 나올 때에야 볼 수 있었습니다.

폰카라도 있으면 극장을 잔뜩 찍어왔을 겁니다. 샤롯데는 생각보다 큰 극장이 아니었고, 라이온킹은 액자처럼 무대 가장자리 장식이 있어서 무대가 좀더 좁아 보였어요. 가장자리의 장식을 치운다고 생각하면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은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는데, NDP나 롬앤쥴은 가능할까 모르겠더군요. 대형 극장이라지만 의외로 아늑했습니다. 라이온킹 맨앞 서두에서 동물들이 다 모여 있으면 무대가 복작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이 아늑한 느낌은 객석도 마찬가지...예당이나(OTL) 세종이나...(역시 OTL) 등등의 대형 공연장에 울며 익숙해진 몸으로 보기에는 객석이 1000석 넘는거 맞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올망졸망하달까, 작아 보입니다. 다만 몇가지 점에선 정말 좋았는데, 일단 객석 배치 각도가 부채꼴로 좁아서 구석에서도 무대가 거의 다 보일 것 같다는 점이 좋았고, 의자를 엇갈리게 배치해서 앞에 키 큰 분이 앉아도 울지 않게 된다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나중에 아는 분 왈, 그렇게 배치하면 의자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극장들이 잘 안 하는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일반 영화관 등에서도 해 주면 참 좋을 것 같았어요. 경사가 삐딱하게 올라가느니 완경사더라도 그렇게 배치해 주는 편이 관객으로서는 편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쿠션은 제게는 적당할 정도로 좋았고, 나중에 뒷좌석을 보니 괴상한 뭔가가 있어서 물어봤더니 아이용 쿠션이라고 하더군요. 그냥 방석같은게 아니라 뭔가 사각에 좀 괴이한 모양이었는데, 아이 키에 따라 조정이 가능한 아이 시트 같았습니다.

좌석 앞뒤는 저같이 다리짧(빠아아악!!!!!!) 흠흠, 아니...저보다 다리가 좀더 긴 분도 앉아서 보는데엔 부담이 없으실 듯 했습니다. 다만 누군가 지나갈 때에는 조금 불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운에 앉았던 저와 제 친구는 행운이었지요.

2층이 정말 앞으로 당겨나와 있어서, 오히려 2층 앞쪽에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배우들도 가끔 2층에서도 출현하거든요. 당겨나왔다고 하니 생각나는데, 앞자리는 상당히 무대에 가까워서, 혹시 시키가 이 극장을 놓아준다면 여기서 빈에서와 같은 다이어트 버전의 롬앤쥴이나 프랑스 뮤지컬 콘서트 등을 한다면 달려나가시기에는 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OP석이 존재하지 않아서 앞으로 달려나가면 바로 배우 발앞이에요. 무대 높이도 크게 높지 않더군요. 실제 제가 본 공연이 끝난 뒤 앞자리 분들은 앞으로 달려가시던데요.

로비가 좀 좁긴 했지만 뮤지컬 보기 딱 좋은 예쁘고 아늑한 극장이었습니다. 근데 정말 1000석 이상이 맞는 걸까요? 암튼 천장이 높아서 여기서 샹들리에 떨어지면 위에서 직하하는 것 같아서 엄청 무섭겠다 싶었습니다.

극장 얘기 그만하고(근데 극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거든요) 귀여운 제복(검은 제복도 귀여울 수 있었습니다. 가장자리에 빨간 테를 달면......교복은 왜 저렇게 안 나올까요 =_= 때도 안 타고 예쁜데....)을 입은 언니들을 지나 들어가 앉아, 위에 적힌 생각들을 하며 극장을 둘레둘레 돌아보며(호오, 2층 앞에 조명기구가 달렸군하 친구얍!) (조오기엔 퍼커션이 있군하 친구얍!) 공연을 기다렸습니다.

주변에는 역시 애들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와글와글대는게 꽤 귀여웠습니다. 고것들이 2시간 40분동안 거의 떠들지도 않고 -기껏해야 "엄마! 쟤 죽었어?" 랑 "우앵" 정도? - 열심히 극을 보더군요. 근데 그걸 따질 겨를 없이, 어른들도 입벌리고 보기 딱 좋은 뮤지컬이었습니다. 왜 이걸 첫 한국 공연으로 택했는지 짐작이 될 정도로요. 일단 각 동물들을 나타내는 상상력이 너무 대단했고, 나중에는 한국어 가사 상관없이(...) 그냥 배우의 의상과 몸짓과 주변 풍광(도 전부 인간입니다)들의 움직임등을 보느라 시간이 휙휙 갈 정도였으니까요.

왜 그런 거 있잖습니까. 미인이 있다고 할 때 "야 넌 얼굴 하나 보고 반하냐?"를 넘어서는 미인이라는 게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얼굴이 저 정도 되면 누구나 반할만 하군 ㅠㅠ"이랄까요. 이게 왜 그리 찬사를 듣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경탄할 만큼 멋진 광경이었어요. 배우들도 훈련을 많이 시켜서 그런지 제가 본 팀이 좋은 팀이었는지 전체 배역들이 일정수준 이상이 다 돼서 "쟤 폭탄이야" 싶은 배우는 애기심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애기심바도 너무 어린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명랑하고 귀여웠습니다만, 이 아이는 몇몇 장면에선 똑소리나게 귀여웠지만, 아직은 대사를 달달 외워 줄줄 읽는 정도의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아빠가 죽었는데 교과서 읽는 목소리로 "그럼 난 어떻게 하죠?"라고 매우 탐구생활적이고 즐거운생활적인 태도로 질문하니 애라는걸 알면서도 풉, 하고 OTL하게 되는 슬픔이 있었지요. 하지만 사실 머리를 쓰다듬 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프로필 찾아보니 이제 10살...힘내요 상민군 =ㅂ=;;;; 애기날라가 군보다는 잘 하고 있지만, 원래 그 나이에는 여자애들이 더 빨리 자라 있으니 그런 것도 있겠지.;;;

다른 배우들에 대해서는 특히 '못한다'고 생각했던 배우는 없었어요. 시키 걸 먼저 듣고 가서 그런지, 브로드웨이에 비하면 훨씬 젊은 목소리였던 무파사도 우홋, 일본보다 난 것 같은데 하면서 잘 들었습니다. 심바에게 조상들에 대해 가르쳐 주는 노래에서 "아빠도 나랑 영원히 같이사는 거죠?" 하고 국어책을 읽는(...미안 상민군 OTL) 아해 앞에서 묵묵히 서 있을 땐 나름 찡했습니다. 무파사 머리모양이 동양 남자들에게도 참 멋있게 맞는 것 같더군요. 무협에서 많이 봤던 스타일이라 무파사가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스카...사실 일어발음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한국어 못하겠군,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잘하더군요. 아마 초연평 이후 매일매일 한국어 연습하셨나 봅니다. 전 처음에 김승락씨가 아닌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분장으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어요.;) 나중에보니 김승락씨였더군요. 이전에평해주신 분 말씀대로, 제레미 아이언스나 브로드웨이 스카의 우아함에 익숙해지신 분들은 당황하시기 쉽습니다. 심지어 왕느끼 비열악당이었던 시키판을 듣고간 저도 이잉? 하고 놀랐거든요. 목소리도 묘한 목소리시고, 캐릭터도 상당히 달랐는데, 처음엔 그래서 스카가 상당히 낯설었지만 Be Prepare에서 이분의 스카를 스카로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덜 우아한 대신 어딘가 여성스러운 데가 있어 보이는 악당 스카였어요.

자주와 티몬 품바 배우는 전부 "분명 한국말을 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렇게 애니스러울까 하고 놀랄 만큼 원작 이미지에 맞는 분들이었습니다. 근데 어째서인가 배우들이 품바를 뿜바라고 부르는 듯한 묘한 느낌이..일본어로는 ㅍ과 ㅃ이 갚은 글자긴 한데, 설마 그 영향은 아니겠지 하면서 봤습니다.

날라 역을 맡은 분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노래도 춤도, 정말 암사자 날라 같아서 감동하면서 봤어요. 그에 비해 심바는, 초반에는 가창이 되게 불안하게 느껴져서 의외였습니다. 스카보다도 오히려 심바쪽이 일본 가창식 아닌가 싶은 느낌도 좀 있었고, 목소리가 그냥 목에서 나오는데다 좀 불안정했거든요. (심바는 상반신이 다 보이는데 몸짱이라 그건 참 보기 좋았습니다만...)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안정돼서 좋아졌고 나중엔 참 잘했는데, 밤 공연이니 목이 안 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일부러라고하긴 좀 이상하고, 아무튼 배우 기량면에서는 조금 더 쌓으셔야 할 것 같았습니다.

라피키는 정말 좋았어요. 카리스마와 권세가 느껴지진 않지만 무 그거야 왕인 무파사가 있으니 됐고(어이) 정말 아프리카의 마을 주술사처럼 소박하면서도 똑똑하고 지혜로와 보여서 좋았습니다. 능청스러운 아줌마 같았는데, 나중에 프로필 보니아줌마 나이가 아니신 것 같던데...차지연씨였는데, 김지현씨의 라피키가 무지 궁금하긴 했지만 이분의 라피키도 불만 없었습니다.

다만 역시, 이렇게 쓰니 좋긴 좋았지만 이 극에서 가장 문제는 배우 숙련도. 보고 있으면 아직 이 분들이 자신을 "동물"로 생각하고 있다기보다는 동물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신인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전반적으로 여성 캐스팅들이 극에 적응을 빨리 하신 듯 한데 앞으로 한두달 뒤에 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애기심바는 1년쯤 있으면 나아질지도...(어이) 그래도 얼마전만 해도 해적판 레미즈에서 어린 코제트를 완전히 들어냈던 나라에서 제대로 아역을 쓰고 있긴 하니 애들이 좀더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아, 줄에 배우가 달려 연기하는 부분에서 가끔 줄을 열심히 달고 계신 것이 눈에 띄거나(...)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눈에 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것도 역시 훈련 문제겠지요. 2차 오디션 중이던데, 숙련된 배우분들이 지망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하도 엄포를 놓는 분위기니 다들 눈치를 보셔야 할 듯 해서 안스럽습니다(먼산)

배우 얘기만 줄창 했는데, 조명 활용이 재미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나타낼까 궁금했던 무파사의 재림 부분은 경탄의 한숨이 나올 정도로 놀라웠고, 환상적인 배경을 나타낼때의 장치들도 정말 아이디어의 승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대는 밝은데 배우들만 새까맣게 실루앳으로 보일 때에는, 꼭 그림자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실제 그림자극을 중간 중간 넣어주기도 하고요.

암튼 보고 나오면서 "배가 부르다"고 생각한 공연은 간만이었습니다. 돌아오는데 뿌듯하더군요. 다만...7시 반 걸 보고 나면 10시 반에 나오므로 먹을 곳이나 쉴 곳이 좀 곤란했습니다 =_= 밤 공연 보시는 분들은 보시기 전에 요기고 뭐고 다 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나와보니 롯데리아마저도 닫고 있더라구요. 어이, 롯데, 신경좀 써(빠악) 평일 공연은 직장 끝나면 후다닥 달려가야 하는 입장이니 담번엔 먹을걸 싸 둘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_= 예 또 볼 마음이 들었어요. 이번에 월급 타면 지를 생각입니다. S도 좋겠지만 2층 A석에서 보고 싶어요. A나 B에서도 충분히 잘 보이는 공연이니 좌석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좋을 겁니다. 여러모로 맛있는 공연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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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그림자 2006/11/06 12:29 L R X
애기심바 폭탄.... :)
nir 2006/11/06 16:48 L R X
배우들의 발음이나 창법에 대한 평이 안좋아 각오 단단히 했던 것에 비해 놀라울만큼 좋았습니다. 저도 배우가 바뀐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숙련도에서 다소 미흡했지만 차차 나아질거란 믿음이 갑니다.
진수성찬을 바로 앞에 두고서 컨디션 난조로 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돌아왔으니 슬플 따름이에요 ;ㅅ;
황금숲토끼 2006/11/09 00:35 L R X
빨간그림자 님/ 예, 하지만 귀여운 폭탄이었어요. 다른 아이들의 연기도 궁금하고, 저 아이가 좀 숙련되었으면 좋겠다고생각했지요.

nir 님/ 끄덕끄덕, 동감입니다. 나아질거라는 믿음이 간다는 점이차암 좋지요(끄덕끄덕) 그나저나 꼭 담주엔 건강하고 즐겁게 보고 오시기를 빕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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