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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없는 회색 세계의 선명함
리뷰?! |
2006/06/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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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노리고 있던 영화가 있었다. 러시아에서 만든, 러시아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나이트 워치". 적어도 트레일러에서 드러난 설정은 단순하다. 끝없는 전쟁을 벌이던 빛의 군대 지휘자 '게서'는, 이대로 가면 서로 공멸하고 끝날것임을 알고는 휴전을 제안하고, 어둠의 군주 '자불론'은 그것에 동의한다. 언젠가 "또다른 이"(우리나라 번역에서는 절대자 -_-) 가 나타날 때까지 둘은 휴전하며, 빛의 군대는 어둠을 감시하는 나이트워치로, 어둠의 군대는 데이워치로 불리게 된다. 인간은 양쪽 어디건 선택할 수 있으며, 서로를, 혹은 인간을 함부로 해치는 것은 협정 위반으로 응징된다.
뭐랄까, 적당한 MMORPG설정 내지 있어보이는 개소판만도 못한 단순설정으로 보이기 쉽다. 사실 빛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의 끝없는 전쟁은 성경으로부터 시작해서(......) 너무 우려먹어 더이상 나올 국물도 없는 소재다. 그렇다면, 이 말라 비틀어진 뼈에서 어떻게든 맛깔진 국물을 우려내는 건 다루는 사람의 역량에 달리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러한 면에서 대단히 훌륭하다.
..................이후 자세히 쓰려 했는데,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킹한댄다(......어떻게 만들 건데? 폭스라니까 조금 믿어봐야 하려나 -_- 라시아산 니오 2로 만들라...게다가 배경이 모스크바라야 살 것 같은데 미국이면 영.;; 그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인데 그게 죽을 것 같아.;;; 특히 엔딩 바뀌면 그건 이미 나이트워치가 아녀 ㅠㅠ)
.......그냥 간단히 매력점만 요약하겠다.
1. 이거 만드는데 300만불 들었댄다(감독이) 러시아 물가가 싸다고 해도(사실 싼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감독, 당신, 커트 위머급 괴물이구나 OTL....러시아 물가가 싸지 않다면 저건 요물이다 요물 OTL
2. 러시아에서는 "저건 러시아 영화가 아냐!" 라고 욕했다지만(관객은 500만 들었다. 나름 거기선 그 인구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 봤으면 굉장한 히트라는 모양) 내가 보기엔 러시아 냄새가 풀풀 난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보다 오히려 이 쪽이 러시아답다. 그래, 당신들이 괜히 비애문화인게 아니지. 그게 어울려.
3. 주인공이 찌질하다. 그런데 짜증나지 않는다. 그의 찌질함은 너무 깊이 납득같다. 나라 해도 그닥 다르지 않게, 아니면 오히려 더 짜증나는 방식으로 찌질했으리라. 변명 모르고 묵묵히 원칙을 말하는 그가 답답하고 한심하면서도 공감간다는건 정말 대단하다.
4. 주변 인물들에게서 이야기가 느껴진다. 원작이 소설이라 그렇겠지만, 영화로도 그걸 은연중에 표현하는게 굉장히 좋았다. 인물마다 자기 이름 딴 소설이 하나씩 있을 것 같았다. 아니아니, 앤라이스, 당신 말고 -_-;;;
5. 담담하고 현실적이었다. 배경은 환타지 이야기인데도 굉장히 일상 속에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세계가 그러했기 때문이리라.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 70년간 환타지를 품은 주의가 그 땅을 다스렸던 것도 괜한 일은 아니다. 그것이 끔찍한 형태로 부서졌다는 것도 역시. 감독은 딱히 일부러 의식하지 않은 듯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피부처럼 달라붙어 있나 보다. 역시, 직접적으로 겪지 않았다 해도 자신들의 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없지. 그것은 경험이거든. 집단적이고 무의식적인.
6. 저 땅의 민담에서, 악을 이겨내는 것은 선이 아니라 무식이었고, 어리석은 곧음이었다. 그리고 이제 마찬가지로, 사소한 교활함이 악을 잉태했으니, 어리석은 곧음이 이겨낼지는 실로 궁금하다.
7. 이 영화는 엄청나게 불친절한 민담집이기도 하다. 유럽의 대표정서(...) 중 하나인 마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어째서 등장인물들이 저걸 당연하고 납득가는 사태로 받아들이는지 알 수 없을 듯한 시퀀스도 몇몇(!) 있고, 언령에 대한 것도 있다. 기본정서가 동유럽 민담적이다. 퀴퀴한 숲 속의 마녀냄새가 나서 좋더라. 마녀란 단순히 약을 조제하는 여성이 아니다. 단순히 약을 조제하는 여성이 마녀로 많이 몰리긴 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마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이 나온다. 그 쪽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거고, 그 쪽 취미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다. 서양판 전설의 고향이랄까. 왜 그런거 있잖나, 머리풀고 흰 한복을 입은 여성이 왜 그런 모습의 혼령이 되어 무엇을 할 수 있나를 제대로 이해하는건 우리뿐이지.
8. 여기 흡혈귀 묘사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동유럽적(웃음)
9. 무엇보다 엄청나게 마음에 드는 것은 엔딩이다. 하지만 절대 밝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 엔딩에 돌을 던졌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 엔딩을 보는 순간 떵 하고 깨달음이 오더라. "이래서 에픽이었군. 납득간다." 역사에 해피엔딩이 어디있나, 엔딩이라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을.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역사책의 한챕터같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DVD는 다음달 월급 나오면 제1착으로 살 생각이고, 2가 나오면 목숨걸고 보러 갈 거다 ;ㅁ;
구리구리한 DVD표지에 속지 말고, 혹시 기회가 있거든 꼭 봐라. 유혈수위는 그리 높지 않으니, 반지의 제왕이나 매트릭스, 혹은 끽해야 람보 시리즈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볼 수 있다. 에픽 호러라지만 호러라기보다 사실 환타지다. 같이 보고 싶은 사람있으면 전에건 연락 요망. 난 몇번봐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거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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