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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리슐리외 추기경과 안 도트리슈에 대해 죽 훑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총사대"와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와 제 4의 총사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인 달타냥입니다.
총사는 銃士 입니다. 뭔 소린고 하니 검을 쓰는게 검사, 도를 추구하는 인간이 도사, 싸우는 인간이 전사,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찍사(빠악)...아니 뭐 이런 식으로, 말하자면 "총을 다루는 이"가 총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총을 다루는게 총사라면 그럼 이놈들은 총잡이Gunner냐, 아닙니다. 영어원제를 보시면 Musketeer입니다. 머스킷티어, 가 되겠죠.
우리는 워낙 헐리우드나 기타등등에서 매체화하면서 만들어진 총사의 이미지에 익숙해서, 총사, 하며 일단 펜싱검부터 들려야 속이 시원합니다. 그리고 야단스러운 깃털이 달린 큰 모자를 씌우고, 당시 유행이었던 무릎위 부분을 꺾어내린 장화와 스페인식의 짧은 망토(혹은 웃옷), 어깨로 내려오는 큰 칼라에 약간 아기들 옷 같은 겉옷을 입히죠. 물론 그 겉옷은 프랑스의 왕가의 문장과 유사하게, 푸른 바탕에 은빛으로 수놓인 십자고 말입니다.
자 그럼 실제 총사를 한번 보죠.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강 그때쯤의 총사입니다.
옷차림을 보니 삼총사때보다는 쬐끔 전이지만, 일단 같은 17세기의 총사입니다. 분명 우리가 보아 익숙한 레이피어도 차고 있긴 하지만, 뭔가 괴이한 막대 같은 것(물론 총입니다)와 진짜 길쭉한 막대를 들고 있습니다. 잘 보시면 허벅지쯤에 네모진 무언가를 차고 있는게 보일 겁니다. 그리고 왼손에는 뭔가 상당히 쓸데없어 보이는 줄이 달려 있지요. 손에는 뭔가, 도로시가 나무꾼에게 기름쳐줄 때 쓸 것 같은 작은 병을 들고 있고요.
총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걍 장전하고 방아쇠 당시면 나가는 편리한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총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이 포였고, 최초의 총이란 사실 "총"이라기보다는 "손포"에 가까운 것이었으니까 거기부터 시작합시다. 물론 전 무기사를 정면으로 한 인간은 아니니 세부사항은 틀릴 수 있습니다.
포는 기본적으로 (아주 간단하고 무식하게 설명해서) 둥근 원통에 화약을 쟁여놓고 꾹꾹 누른 뒤, 거기 포탄을 굴려넣는 겁니다. 그리고 뒤쪽에 미리 꽃아둔 심지에 불을 붙여서 그 불이 포 안의 화약에 닿아 터지면 그 반발력으로 포탄을 적 편에 날리는 것이지요. 초기의 포탄은 "폭탄"이 아니었습니다. 즉, 터지는 탄이 아니라 커다란 돌덩이나 쇠공을 적에 날리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괴력이었습니다. 말마따나, 투석기로 돌 공을 던지는 것보다 직격으로 포탄을 쏘아대는게 훨씬 타격이 컸지요. 게다가 세균은 몰라도 병 옮기기 개념은 있던 당시 사람들은 페스트에 걸린 시체 등을 쏘아보내던가 하는 만행도 자주 했으니까 포는 참 유용한 병기였던 셈입니다. 성 깨기에도 도움이 되고요.(일단 직각으로 선 성벽에 직빵으로 포탄을 쏘아박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누군가는 이것은 좀더 작게 만들면 들고 다니며 쏠 슈 있는 유용한 병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소형포를 개발했습니다. 초기엔 정말 그 포 원통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바보같은(......) 물건들이 나왔습니다만, 머리굴리기는 굴릴수록 가속력이 붙는 법이라 곧 핸드 캐넌이라 할 만한 것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제대로 된 총이 나오게 됩니다.
이 당시 총의 발사기작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것이어서 다 설명해야 하나 싶은데, 역시 무식하게 간단히 말하자면, 최초의 총들은 화약을 넣게 되는 곳 - 약실에 화승(지금 저 남자가 허리에 차고 있는 줄)을 달게 됩니다. 화승이란 무엇인고 하니, 불이 붙는 심지입니다. 아주 초기엔 그 화승에 불을 붙여(우리나라 포수들이 쓰는게 가아끔 사극에 나오죠. 불땡겨! 하면 옆에서 조수가 화승에 불을 붙이고 말입니다) 화승이 다 타 들어가면 화약에 불이 붙어 발사가 되는, 마치 포와 같은 방식이었습니다만, 역시 이것으로는 2인 1조로 발사를 해야만 하고, 발사 시점을 정확히 조절할 수가 없으니 조준도 어려울 뿐더러 재수없게 비라도 오면 화승불이 꺼지거나 화약이 젖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니 이래저래 곤란했습니다. 후일 방아쇠가 발명되면서, 방아쇠를 당기면 화승의 불이 약실에 떨어지는 방식으로 개선되어 좀더 자유로운 조절과 조준은 가능해졌지만 그래도 꽤나 다루기 까다로웠지요.
그래서 결국 새로운 방식이 개발되는데, "부싯돌"방식입니다. 이것의 효과는 대단히 뛰어났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런 격발장치를 갖춘 놈들이 나온 거죠.
에 이게 뭐야? 하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삼총사 영화에서 그들이 극히 희귀하게 총을 쏠 때 걔들이 불씨 가지고 노는걸 보신 분들은 없을 겁니다. 16세기 중반까지 총을 다루는 자들 - 총사 - 들은 화승에 붙이기 위한 불씨를 굉장히 소중히 보관해야 했습니다. 슬프게도 라이터가 아직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발명되었을 때에는 이미 때가 늦어 있었죠. 뭐, 넘어가서. 라이터 얘기 나온 김에, 부싯돌식 라이터 - 시중에서 제일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놈들 - 을 갖고 계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라이터를 킬 때 부싯돌이 돌면서 불꽃을 일으키지 않습니까. 바로 거기 착안해서,
1. 일단 매우 긴 꼬질대로 깨끗이 총신을 한번 밀어주고(지난번 발사때 남은 그을림을 닦아주기 위해)
2. 거기 딱 한번 분량만큼 미리 포장된 화약포를 뜯어 화약을 넣은 뒤
3. 꼬질대로 화약을 쭉 눌러주고
4. 납으로 된 동그란 총알을 총구에 도로록 굴려넣은 뒤
5. 화약에 갖다박아주기 위해 꼬질대로 다시 밀어주는 센스를 발휘한 뒤
6. 조준을 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원래는 이 한줄에 파생으로, 화약접시에 화약을 조금 담고 미리 적당한 길이로 잘라 둔 화승을 단 뒤 화승에 불을 붙이고...가 있지만 부싯돌의 발명 덕에 한 줄로 줄어드는 놀라운 기술의 발전을 이뤘으니 넘어가죠)
7. 부싯돌에서 불꽃이 번쩍 튀면서 약실의 화약에 불이 붙어 탄이 발사되는 겁니다!
자, 이 얼마나 놀라운 기술의 발전입니까! 장전시간이 "매우 숙련된" 총사의 경우 1분 30초로 줄어드는 놀라운 하이테크놀로지입니다!
이 놀라운 기술의 개발로 인해 총사들은 몇가지 매우 유리한 점을 갖게 되었는데, 일단 화약접시가 사라지면서 연기와 불꽃 때문에 적의 눈에 띄는 불상사가 덜 생겼다는 겁니다. 물론 연기는 나지만, 이전의 화약접시-화승방식에 비할 바가 아니었던 거죠.
게다가, 이쯤 되면 총신이 계속 길어지고 이런저런 기술의 발달로 제법 쓸만한 전력이 되어가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탄알을 총신 뒤쪽으로 넣는 요즘의 후장식(....어째 어감이...) 과는 달리, 앞으로 넣어주는 전장식 총이었으므로, 그러니까 다시 말해
뒤로 넣을 수 없어서 엎드리면 안되니까, 앞으로 넣기 위해 서서 하거나 누워야 했던 불편점은 있지만 아무튼 총이란 점차 전장에서 더 쓸모있는 병기가 되어가는 거죠.
다만 역시 이때의 총이란 총만으로 전투를 커버할 수는 없을만큼 장전이 느리고 불편해서, 총을 다루는 자라면 검도 어느정도는 해 두지 않으면 안됐습니다. 17세기의 전장에서는 클레이모어나 브로드소드가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었거든요.
자아, 바로 이것이 - 총사, 라는 것이 검사와는 다른 카테고리를 형성하는데 대한 설명이 된다고 전 생각합니다. 즉, 머스킷을 다룰 수 있는 전력은 궁수, 검사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카테고리로 구분되었던 겁니다. "머스킷을 다루는 자" 들이 바로 총사(머스킷티어)인 겁니다. 전혀 우리가 흔히 삼총사를 보며 가졌던 "국왕 친위대를 총사라고 하는군"과는 다른 것이지요. 물론 삼총사에서 트레빌이 대장으로 있는 총사대는, 당시 왕이 군대를 지휘했던 프랑스에서 "국왕 폐하의 총사대"로서 국왕을 위해 봉사하지만, 그건 한국의 군 통수권자가 대통령이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지라, 정식 군인이라고 보기엔 좀 어설픈, 요즘 기준으로는 좀 느슨한 군 조직이었던 겁니다.
예를 들면 - 소설에서 추기경의 친위대라 나오는 이들도 충분히 총사일 수 있습니다. 트레빌의 총사대건 추기경의 친위대건 다들 칼을 들고 싸우다 보니(어깨 으쓱) 그들의 총을 다룬다는걸 잊기 쉽지만, 뒤마는 라로셸 공방전에서 총사들의 활약을 꽤 명확하게 다룹니다. 명중도가 좀 거시기했던 당시, 깃발에 일곱개의 총구멍이 나는데도 진지에 버티고 서서 포도주를 마셔가며 총격전을 벌이던 모습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사실은 그것이 그들의 본업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여담입니다마, 그나마 아이언 마스크는 딴건 몰라도 당시 머스킷의 명중률에 대해서는 대략 나쁘지 않은 묘사를 했습니다(그리고 놓치기 쉽지만, 걔들 총쏠때 부러 눈 감고 쏘더이다). 그러니까 삼총사가 단번에 카드 눈을 맞추거나 하는 일이 거의없는 것도 당연하고 (100미터에서 사람 맞추면 칭찬듣습니다) 장전이 오래 걸리는 총이니 매트릭스식이나 람보식 투타타 액션도 보여줄 수가 없어요. 그러니 총 부분은 영화에 거의 안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에서는 늘 총사 이름표를 붙인 삼검사들을 보게 되는 거고요(후우)
아무튼 총사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 그렇다면 과연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 달타냥은 요즘으로 치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20-30대 프리터 백수요.
..........정말입니다 -_-; 어쩐지 총사=국왕친위대검사들=당연히 잘먹고 잘살 것이다, 라는 인식이 굳은 듯 한데, 전혀 아닙니다. 이건 그냥 완역판을 읽어보시면 될 겁니다. 지금부터 제가 말하는건 거의 완역판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실 수 있는 사실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정리는 해 보죠(생긋)
1. 그들의 이름은?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의 이름은 모두 산 이름입니다. 셋다 본명이 따로 있는데, 나름의 사정상 가명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명이 모두 사실은 산 이름이라, 삼총사 완역본에 보면 그들이 이름을 말할 때마다 비웃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물론 거의 5초 뒤에는 댓가를 치룹니다) 하지만 전 저들이 웃는 이유가 이해가 갑니다. 왠 총사 차림의 사내가 와서는, "난 한라라는 사람인데, 여기 내 친구 백두와 금강이라고 하오." 라고 한다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2. 아토스는 어떤 사람인가?
그나마 2차 스테레오 타입이 제일 정상인에 가까운(...) 아토스부터 시작합시다. 아토스는 본디 라 페르 백작이라는 고귀한 신분의 소유자로, 지금은 사정상 - 이라기보다 사실 꽁 해서 - 가명을 쓰며 밀라디 덕에 얻은 여성혐오증을 가진채 지내고 있습니다. 다른 삼총사에 비해 나이가 좀 있는 쳔이라 "달타냥, 난 자네를 내 아들과도 같다고 생각한다네" 따위의 말도 하는 인간입니다. 적어도 그가 삼총사 가운데 비교적 전략적 사고를 하는 사람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아토스도 달타냥에 비한다면 전략적으로 번뜩이는 타입은 또 아니랍니다.
그의 여성 혐오증은 생각보다 대단합니다. (영화에선 어째서인가 잘 표현되지 않습니다만), 오죽하면 달타냥이 사정상 여장을 하고 숨어들었을 때(혹은 콩스탕스를 숨겨줄 때일 겁니다. 기억이 영 -_-;) , "그 여자는 누구냐"는 다른 사람의 질문에 "아토스의 애인입니다"라고 하자 정말 불 붙은 듯 펄쩍 뛰면서 "나의?!" 라고 외치죠. 물론 교활한 달타냥이 "응, 자네의!" 라고 해서 넘어가지만요.
3. 달타냥은 열혈 바보인가?
천만에요. 아토스가 귀족이라는 것 때문인지, 아토스의 우아하고 지적인 면을 강조하느라 (아무래도 그래서 그의 지독한 여성 혐오증이 숨겨진 것 같습니다만) 밸런스 때문에 뇌가 퇴보해서 그렇지, 사실은 달타냥이야말로 삼총사의 브레인입니다! 그가 어느정도로 머리회전이 빠른가 하면, 다른 총사들은 이해를 못해서 갸웃갸웃하는 책략을 제안하자, 아토스가 달타냥을 직시하며서 "언젠가 자네가 총사대장이 될때 내가 자네의 부하라면 더없이 좋겠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상식적으로, 그 무시무시한 밀레이디를 농락하고 격침시킨 남자가 과연 열혈바보일 수가 있나요? 달타냥의 밀레이디 꼬시기를 보고 있으면 야 사내놈들이 이래서 도둑이구나 싶을 정도로 교묘합니다. 게다가 밀레이디에게 접근하기 위해 자신을 연모하는 하녀 케티를 이용하는 기술을 보고 있으면, 프랑스 남자 주변에는 별로 접근하고싶지 않아질 정도죠. (다행히, 얼굴과 몸매가 무기인 제게는 프랑스 남자 쪽에서 알아서 피해줄테니 다행이지 말입니다) 사실 둘이 동침한 뒤 밀레이디에게 자기 정체를 밝힐 때, 밀레이디가 단도 들고 죽이려고 덤벼들 만 합니다. 저라도 그럴 거에요. 아니 세상에 이런거 저런거 그런거 다 해 놓고 작업 정석 다 밟아 놓고, 그게 뻥이었다는걸 정사 후 쉬는 자리에서 밝히다니 이런 싸가지 같으니.
하지만 그는 정말 머리가 좋습니다. 게다가 추기경이 얼마나 무서운가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고, 실제 그 앞에서 자신의 총사대 대장으로 들어오라는 리슐리외의 스카웃 제의를 의리때문에 거절해 놓고는 "나 이거 분명히 후회할 거야 엉엉 ㅠㅠ" 하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세상 무서운건 아는 녀석이죠. 처음의 결투사태야, 아무리 머리가 여우라도 워낙 촌여우라 벌어진 일이고요.
4. 아라미스는 바람둥이인가?
단적으로 말해, 아닙니다. 물론 아라미스가 고운 미모를 가진 남성인건 맞아요. 서생처럼 보이는, 어딜 보아도 군인이라던가 총이나 검과는 거리가 먼, 요즘 감각으로 치면 곱상한 대학생같아 보이는 외모인 게죠. 이 아라미스는 예쁜 남자, 아니, 그러니까 꽃돌이라는 것, 그리고 처음 달타냥과 마주칠때 여성의 손수건에 대한 실랑이 때문에 결투하게 되었다는 것 때문에 자꾸 바람둥이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영화를 만들 때에도 그게 더 화려하고 캐릭터 배분이 좋죠. 열혈 달타냥, 지적인 아토스, 잘생긴 바람둥이 아라미스, 그리고 뚱뚱하고 호남형에 먹보인 포르토스.
하지만 아라미스는 사실 대단히 일편단심에 끈기는 있되 수줍어하는 타입의 남성입니다. 그가 달타냥에게 화를 낸 원인은 그가 사랑하는 단 한명의 여성(!)이 방금 떨어뜨린 손수건을, 그녀의 이니셜이 알려지면 곤란하기에 동료들이 지나가면 주우려고 밟아서 감추고 있었는데 그걸 달타냥이 주워버려서입니다.
말하자면 -_- 고등학교에서 좋아하는 여자애가 준 쪽지를 슬쩍 밟고 친구들이랑 얘기하는데 지나가던 전학생이 그걸 주워서 펴서는 "3학년 6반?" 이거 당신 거에요?" 라고 한 겁니다 -_-; 달타냥이야 선의였겠지만 아라미스로서는 빡도는 일이죠. 게다가 그 직후 동료들에게 다연히 놀림받았으니, 결투를 할 만한 일인 겁니다.
게다가 그 연모의 대상은 공작부인으로, 왕비의 친구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아라미스는 필요할 때 "궁중의 친구"에게 삼총사가 알아낸 것들을 전하곤 하는데, 그 "친구"가 언급될 때마다 수줍어하는 것은 이루 볼 수 없을 정도로 귀엽습니다.
게다가 전력도 보통이 아닙니다. 사실 아라미스는 원래 신학생이었고, 사제가 되는 것에 특별히 불만도 없었던 사람입니다. 당연히 총사 같은 것(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가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이 될 일은 없었지요.
그러나 어느 날, 여자를 끼고가던 한 검사가 아라미스에게 무례한 모욕을 합니다. 아마 얼굴이 이쁘다 보니 "어이 거기 언니, 거시기는 달렸어?" 정도의 가벼운 인사였겠지만(...) 얼굴 고운 만큼 끈기도 집념도 넘쳤던 아라미스는 그 원한을 깊이 새기게 되지요. 특히, 상대가 검을 가진 자였기에 모욕을 당하고도 변변한 응수 한 마디 못해주고 도망쳐야 했던 것은 끝없이 분한 일이었겠지요. 여자분들 중 지하철 치한 만나 소리쳤더니 오히려 이죽이죽 놀림당한 기억이 있는 분들, 대강 그 기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지금이야 경찰 외엔 방법이 없지만, 그 당시에는 결투라는 수단이 있지요. 분노한 아라미스는 신학생이고 나발이고 집어치우고 복수하기 위해 검술을 배우게 되는데, 하필이면 그 검술 선생이 포르토스였던 것입니다. "아니 그 먹보 뚱뚱이가 무슨 검술을?" 하시는 분들, 요 다음의 포르토스 항에서 봅시다(싱긋) 아무튼 2년인가 3년 뒤, 무서운 집념으로 검술을 익힌 아라미스는 결국 상대에게 결투를 신청해 복수를 하게 됩니다. 상대를 해치우고 복수를 마쳤으니 다시 신학생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총사가 되어 남게 됩니다. 사실 하인이 정말 불쌍하게 되었지요. 아라미스의 하인은 사제의 하인이 되는게 꿈이어서 신학생인 아라미스를 모시는 건데, 주인어른이 도박 폭음 계집질을 일삼는 무리 가운데로 들어가 버렸으니 말입니다. 셋중 어느쪽도 잘 하진 않지만(......)
아무튼 아라미스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얌전하고 예쁜 청년입니다.
5. 포르토스는 왜 먹보인가 -_-;
사실 포르토스야 말로 가장 왜곡된 인물입니다. 불쌍해 죽겠어요. 이제부터 제가 하는 말은 전부 진실입니다 -_-
포르토스는 대단히 남자답게 잘 생긴 미남입니다. 청년 고위장교라던가 귀족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잘난 사람이라, 사실 정말로 여자를 후려 등쳐먹는건 바로 이 포르토스입니다(!). 포르토스의 애인은 늙어빠진 대서소 주인의 비교적 젊은(30~40대) 마누라인데, 당시 이런식으로, 젊었을 때 돈을 벌어 부자로 나이든 뒤 자신보다 20살 이상 어린 신부를 맞는 일이 꽤 흔했다고 하니, 그렇게 팔려온 여자들이 딴눈을 파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포르토스는 이 아줌마를 꼬신 뒤 필살의 "나같은미남은당신말고도갈데많아"전략으로 늘 성공적으로 남편 몰래 돈을 빼내는 아주머니의 재정 지원을 받아냅니다. 한번은 대략 처참하게 실패하지만 다시 수단을 부려서 성공적으로 말과 마구를 받아내지요.(...여기서 뭔가 수상하신 분,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게다가 그는 삼총사 중에서 가장 검술이 뛰어난 인물입니다(!). 위에 말했듯 아라미스에게 검술을 가르친 것이 포르토스였을 뿐 아니라, 사실은 아토스도 처음 총사대에 들어왔을 때 포스토스에게서 검술을 배울 정도로 포르토스는 뛰어난 검술가입니다. 슬프게도 캐릭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그는 매력없고 사람좋은 뚱보 먹보로 그려지지만, 사실은 가장 호남아에 미남에 여자 벗겨먹기에 뛰어난 검술에, 정말 보통이 아닌 캐릭터지요.
심지어, 그는 엔딩도 상당히 행복합니다.(....20년 후라던가 철가면 얘기는 아닙니다...;; ) 삼총사에서 그는 사실은...
대서소 노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에 차서 오지요(.....) 이제 자신이 기둥서방으로 들어앉으면 대서소 돈은 다 자기거거든요. 물론 사업체 망하는 거야 포르토스 알 바 아니지 않겠습니까. 돈 많은 과부는 오히려 부잣집 외동딸보다 더한 로망이거든요. 외동딸에게는 아빠나 오빠나 삼촌이 있지만, 과부에겐 그런게 의미가 없으니 말입니다.
대강 캐릭터만 보아도 이 정도로 차이납니다. 사실 영화적으로는 스테레오 타입들이 배치하기 매우 좋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 삼총사들에게는 또다른 매력이 있어서, 그것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슬픈 일이기도 해요. 그것은 바로...
이들이 한량없이 찌질한 가난청춘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월급이야 쥐꼬리만큼 들어오죠.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계집질 해야죠, 도박 해야죠, 술도 마셔야죠, 그뿐입니까, 훌륭한 마구나 무기도 질러야죠. 사방팔방 지름신은 청년들을 부르는데 월급은 쥐꼬리니까, 가끔 국왕이나 왕비에게 공을 세우고는 그 댓가로 보석반지를 받아서는...
그걸 전당포에 팔아먹어서 그걸로 생활 유지합니다.
절대 농담이 아니랍니다. 심지어는 밀레이디가 달타냥에게 주었던 보석반지도, 아토스에게 굴러들어가 잠깐 지난날의 사건을 늘어놓게 되었을 뿐, 곧장 전당포로 흘러들어가게 되지요. "어차피 내력이좋은 반지도 아니니까, 팔아도 될 거 같아" 였던가요. 그걸로 무기를 구입할 겁니다.
그런 식입니다. 이들은 정말 가난해요. 라로셸 전투에 참가해 공도 좀 세우고 해야 짭잘하겠는데, 거기 가져갈 말과 마구와 무기 마련에 골몰하는 겁니다. 지금 군대와 다르니 자기 무기는 자기가 챙겨야 하고, 자기 말이나 마구도 다 자기가 마련해야 하는 거죠. 근데 얘들이 원래 신분도 숨기고 총사지하는 마당에 돈이 딱히 있을리가 없으니까, 왕비전하가 주신 반지를 팔아먹거나(괜찮아, 왕비 전하를 위해 쓰는 거니까 전하도 이해하실 거야), 국왕이 준 포상금을 써서 생활을 유지하는 거죠.
그러니 결국 아토스는 백작님으로 돌아가고, 아라미스는 다시 신학생이 되어 사제가 되고, 포르토스는 제법 돈줄 있는 과부와 결혼하고, 달타냥은 총사대 부대장이 되는 엔딩은 의외로 상당한 해피엔딩인 겁니다. (저기 죽어있는, 달타냥과 바람났던 유부녀 콩스탕스 보나슈 부인은 무시한다.)
"이렇게 다 해어지다니!" 라고 하는 달타냥에게 아토스가 그러죠.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날이 오겠지."
이거 어디서 들어본 말 같지 않나요? 예, 바로 "내일은 해가 뜬다"의 가사입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비온뒤 아침에는(불확실) 해가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밑천인데...로 흐르는 바로 그 가사 말입니다. 내일은 해가 뜬다, 는게 이 찌질이 청춘들의 인생모토고, 그게 이루어지는게 삼총사거든요.
기껏 공을 세운 목걸이 사건 후 버킹엄이 준 네 마리의 최고급 준마와 마구를 도박과 낭비로 홀라당 다 날려먹고, 구르고 구르다 전공 세워서 겨우 입에 풀칠하고, 추기경의 음모에 직접 맞서 싸우는 고귀한 국왕파 영웅같은건 없더란 말입니다. 어쩌다보니 트레빌 대장따라 왕비파가 되어있는 불행한 네 청춘의 삽질기죠.
그러니 엔딩에서 추기경이 달타냥을 너그럽게 보아넘기는 것도 어찌 생각하면 당연합니다. 맞상대 레벨이 아닌 겝니다. 그리고 어차피 안 도트리슈가 아들 하나 딸랑 낳으면 홱 돌아서서 추기경이랑 같은 노선을 걸을 건데 뭐 따로 으르렁댈 필요나 있나요.(먼산). 삼총사들이 특별히 스페인을 옹호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_-
그래서 삼총사는 걸작입니다. 읽어보면 이 시대의 찌질이 청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거든요. 저도 프리터 노릇하며 근근히 입에 풀칠하면서 이래저래 경제 사정으로 마음고생 심할때 보았는데,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떤 느낌이었냐구요? 아하, 1630년대의 찌질이들이나, 2000년대의 찌질이나 다를 건 없구나.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이하생략)
그래서 이들은 몹시 사랑스럽습니다. 남 얘기 같지가 않거든요. 가난과 고생과 자신들의 찌질함을 낙천적으로 슬슬 넘어가며 지내는 게 참 남의 얘기가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고전은 세월을 초월해 살아남는 게지요(뭔가 핀트가 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