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외삼촌 이야기
잡담 |
2006/05/23 01:03
|
|
|
난 재욱이 삼촌을 무서워했다. 그는 어머니의 남동생이었고, 어렸을때부터 난 그 사람을 국방색 옷을 입은 냄새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방구석에 앉아서 담배와 술냄새를 피우며 앉아있는 삼촌은 여섯살 어린 내게는 너무 무섭고 싫고 추한 존재였고, 삼촌이 집을 나간 후 나는 잘됐다고 생각했다. 맨날 삼촌에게 술마시지 말고 담배피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던 엄마는 그런데 이상하게 삼촌을 찾아 헤맸다. 왜일까 싶었다.
난 나중에야 알았다. 재욱이 삼촌은 엄마의 바로 손밑동생으로, 6.25 이후 재가하신 외할머니가 낳은 아이들 중 원래 남편의 소생인 엄마와 유일하게 같은 아버지를 둔 남동생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삼촌은 베트남 전 참전의 댓가로 몸에 총을 세 방 맞고도 살아남았고, 사지 멀쩡하게 나았지만 아직도 몸 안에 총알이 있어서 멀쩡하지 못했다는 것을.
그리고 결국 전쟁때 겪었던 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여기저기 전전하고 지게꾼이나 행려병자 노릇을 하다 고생하는 동생의 처지를 보다 못한 어머니가 불러들여 보살펴 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는 것을.
엄마는 지금도 그 삼촌 얘기를 하면 우신다. 집에서 나간지 3년 뒤, 결국 행려병자로 생을 마쳤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외삼촌의 임종도 시신도 보지 못했고 장례식도 지내주지 못했고 무덤의 위치도 모르고 유품도 갖지 못했다. 젊어 생을 망친 외삼촌에게는 부인도 아이도 없었고, 국가가 주는 어떤 보상도 없었다, 그리고, 친누나의 하나뿐인 조카조차도 자신을 슬슬 피했으니까. 별로 살고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외삼촌은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가해자다.
외삼촌은 틀림없이 베트콩을 쏘아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베트콩이라고 의심되는 민간인들을 잡아죽였을 것이다. 그들을 고문하기도 했을 것이다. 순찰나갔다가 우리나라 군인이 납치되어 죽으면 베트콩이나 베트남 민간인(이른바 게릴라로 의심되는)을 붙들어 고문하고 죽였을 것이다. 난 그 분이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았을 거라는 확증이 없기 때문이다.
행려병자로 죽은 외삼촌은, 그 누나인 우리 엄마는, 그 조카인 나는, 우리 집안은 베트남 인들에 대한 가해자 집안이다. 어쩌면 우리 외삼촌은 베트남 여성을 강간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는 라이따이한을 낳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쩌면, 베트남 어느 고장의 증오비에는 우리 외삼촌이 했던 일이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불쌍한 외삼촌
그 분에게서는 절망과 포기의 냄새가 났다.
어린 내가 그 분을 너무나 무서워했던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그 분을 다시 본다면 난 무릎꿇고 빌 것 같다. 그리고 난 베트남 사람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내가 학살자들을 증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들도 우리 가족에게 증오의 시선을 보낼 수 있다. 살인자의 누나, 살인자의 조카, 살인자의 가족이니까.
먼 얘기같은가?
정말로? |
|
|
|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 http://avalon.g3.cc/tt/trackback/111 |
|
|
|
|
| http://www.sealtale.com <- 초를 받으세요. |
<<
2010/09
>>
| S |
M |
T |
W |
T |
F |
S |
|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 26 |
27 |
28 |
29 |
30 |
|
|
|
|
Total : 371162
Today : 20
Yesterday : 1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