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흔한 착각 :: 2010/07/08 17:29

제 블로그 포스팅이 늘 그렇듯 예전부터 사람들과 말하던 것들을 정리해서 올려 봅니다.

세간에서 가장 흔한 착각 - "저 사람은 그것만 빼면 정말 좋은 사람인데"

1. 저 녀석은 여자관계만 빼면 정말 진국이야.
 -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술 먹고 애인을 패거나 좀 가볍게는 여자 관계가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문란하거나, 극악한 경우 콘돔 등의 가장 기초적인 피임을 거부해 놓고 배부른 여자친구를 놓고 도망을 쳐 버리거나 더한 놈들은 미성년자들을 속여 성적으로 착취하거나 성폭행 해 댄다.
당연히 남자들도 기본적으로는 그들의 만행에 눈을 찌푸린다. 남자들이 여자 얽힌 일에 무조건적으로 윤리의식이 희박해지는 것도 아니고, 대다수의 경우 저런 행동, 그 중에서도 흔히 강제적인 성행위나 임신 방치 등의 '막장짓' 계열을 하는 경우 남성들에게서도 외면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사태에도 예외가 있다. [저 녀석은 여자 문제가 좀...그 외엔 참 괜찮은 놈인데 말이지] 라는 평판을 받는 이들에 대한 얘기다. 이들은 보통 [애인]이나 [여자친구] 외의 [사회] 안에서 인정받는 이들이다. 우정을 지키고, 신뢰를 지키고,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 할 만한 정보를 풀고 소중한 소스들을 제공한다. 혹은 친구간의 신뢰 등에 있어 '인간성'이 정말 좋거나 유복하여 친구들에게 베풀기를 즐기거나, 혹은 직업적으로 매우 유능하다.
그런 경우 주위의 사람들, 거의 남자지만 가끔은 여자들조차 "**씨는 여자 문제만 아니면 사람 참 좋은데 말야..." 라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그리고 당연히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여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남자가 늘 그렇지 뭐" 계열에 가볍게 첨부하고 그 사람에 대한 좋은 평가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고 끝내 버린다. 심지어는 성폭행이나 윤간 같은 형사 사건을 벌이고도 저 평판으로 끝나는 경우까지 있다. "그건 여자도 잘못한 거지~" "남자 탓만 할 수가 없죠~" 라는, 피해자가 들으면 억장이 무너지는 부연까지 붙는다.

아마 주변에 이런 평을 듣는 사람, 혹은 그런 평을 듣는 사람의 지인이 있을 것이다. 그정도로 일반적으로 흔하며, 나는 저 평판을 듣는 사람을 두셋 알고 있다. 물론 평소에 가까이 하지 않는다. 왜냐면, "입장"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 윤리 기준이 달라지는 사람을 쉽게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자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난 남자를 꽃병에 꽃 갈듯 갈아치우거나 연인을 쉽게 배신하고 바람피우는 여성도 마찬가지로 경계한다. 남자/여자 상대로만 저런다고? 아랫도리 사족을 못 쓰는 것 뿐이라고? 허리 아래엔 인격이 없다고?

당신들에게 하지 않는 것을 만만한 대상/마음대로 해도 되는 대상에게 풀고 있을 뿐이다. 언제까지 당신들이 예외일 것 같은가? 일생 안 그럴 수도 있지만, 당장 그럴 수도 있다. 그들은 [남자/여자 관계만 아니면]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사람을 가지고 노는 나쁜 사람이다.

2. 걔는 술만 마시면 개가 돼서 그렇지....

난 주량이 소주 4병이다. 주변에 나보다 훨씬 주량이 높은 사람들이 많지만 일반적인 한국 여성 치고는 매우 주량이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름은 이제껏 두번 끊겨봤고, 술 먹고 다음날 타인과 침대에서 눈을 뜨는 어이없는 사태는 겪은 일 없지만 술 먹고 토하기/술 먹고 밤새도록 열띤 토론을 한 후 다음날 홀랑 까먹기/술 먹고 야밤에 친구에게 전화하기/ 술 먹고 다른 사람에게 실려서 가 보기 정도의 코스는 밟았다. (내 명예를 위해 말하건대, 극히희귀한 일이라는 것을 내 지인들은 안다.)

물론 건강과 등등을 생각해서 요즘은 횟수와 양을 일부러 크게 줄여 대취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아무튼 술에 취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정도로는 마셔왔고, 넉넉한 주량 덕분에 이제껏 술 취한 사람 뒷건사는 정말 부족함 없이 해 왔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바로 저 말의 허구성이다.

술 먹고 조폭에게 시비거는 주정뱅이를 본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기 바란다. 혹은 술 먹고 자기보다 훨씬 키 크고 건장한 남자에게 시비거는 꼴을 봤다면 역시 부탁한다. 술 먹고 주먹 나간다는 놈들은 하나같이 자기보다 작고 약하거나, 기껏해야 자기와 비슷한 체구의 그럭저럭한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린다. 그리고 그들이 제일 선호하는 대상은 바로 자기 여자친구/부인/아이들이다. (가끔 만만한 친구도 들어간다.)

이건 본능 레벨이다. 바로 수컷의 본능 레벨. 자기보다 압도적으로 강하고 무시무시한 수컷에게는 감히 눈도 들지 못한다. 술을 마실대로 처마셔 정신이 나가버린 뇌에서도 그 정도 본능 발현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암컷과 새끼들은 다르다. 아주 만만하다. 그것도 아직 손도 잘 못 잡아본 애인보다는 이제 벗어나기 어려운 부인 쪽이 확실하다. 대놓고 주먹을 휘두르고 행패를 부리고 욕을 지껄인다.

아침이 되면 그들 말마따나 "이성이 돌아온다" 개막장인 경우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려는 부류들은 대경실색을 하고 기겁을 하고 꽃을 사 오고 바닥에 엎드려 싹싹 빈다. 진심으로 눈물도 흘리고 이런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호소한다.

아무리 단호하게 마음 먹었어도 마음이 약해지게 마련이다. 주변의 평도 그렇다. 주위 사람들도 "마누라 패는건 개막장이지" 라고 말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면서도, 정작 자기 지인이 그런다고 하면 어이없어 하며 바로 '그 탄식'을 내뱉는다. "술에만 안 취하면 되는데 말이지, 그놈의 술 때문에..."

아니다. 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선량한 사람도 아니다. 그는 지킬 박사일 뿐이며, 평소 그들이 유난히도 착하고 순하고 배려심 넘치고 자기한테 뭐 하나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꾹 참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알콜 덕분에 나타나는 하이드 박사가 모든 울분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애인/남편/친구를 두고 있다면 애도를 표한다.
끝까지 약을 끊을 수 없어 비참하게 죽어갔던 지킬 박사처럼, 그들도 대부분은 일생동안 자기 자신을 혐오하면서 살아가지만 절대 그 하이드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평소 순하고 착하고 배려심있게 지내면서 꾹꾹 눌러 쌓아뒀던 것들을 알콜 책임으로 '미루면서' 가열차게 터트리는 그 순간이 없다면 그들은 숨을 쉬고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착하고 순한 사람인데, 화통하고 좋은 사람인데, 재치있고 명민한 사람인데 "이것 하나가 이상한" 경우, [그 이상함]을 주목하라. 좋은 상품에 붙은 나쁜 옵션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인성은 쉽게 만들수도 제거할 수도 고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그 상품은 좋은 상품이 아닌 것이다.
물론 가끔은 기적적으로 '정신차리는' 사례들이 있다. 진정으로 "정신차려서" "그 버릇 고치는" 사람들은 보통 그 버릇 때문에 뜨거운 맛을 보거나 의지가 엄청나게 강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당연히,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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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8 17:29 2010/07/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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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rless | 2010/07/09 10: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 xx 빼면 yy한..이란 표현이 참 웃기는 건데 말이지..

    어떤 사람, 사물 등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요소를 그거 빼면 괜찮다, 그거 빼면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결국 자기가 보고싶은 측면만 평가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봄.

    특정 브랜드에 집착하는 IT기기 얼리어답터라든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고 어떻게 보면 저것도 인류보편적인 경향이긴 한데 아무튼 술먹고 개되는 인간은 술빼면 괜찮은 게 아니라 그냥 개인 거지 뭘 그렇게 따지나 모르겠더군.

    • 황금숲토끼 | 2010/07/09 14:20 | PERMALINK | EDIT/DEL

      예 그게 정답이죠. 물론 '아 넌 정말 약속시간에 늦는 버릇 좀 어떻게 해라; 같은 극히 사소한 케이스도 있지만, 거의 범죄급에 해당하는 일들을 벌이고도 술이니까/여자(남자)관계니까 하고 넘어가는걸 보다보니 가끔은 답답하더라고요. 사람 대상 뿐 아니라 기계에서도 흔한 일 같아요.

  • lakie | 2010/07/09 17: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약간 다르지만, 전 가끔 모든 케이스의 '쟨 원래 저래'의 위력에 대해 생각하곤 한답니다.

    • 황금숲토끼 | 2010/07/09 18:05 | PERMALINK | EDIT/DEL

      진리로군요. 예, "쟨 원래 그래"의 타이틀은 가끔 정말 무서울 정도의 방탄막이 되어 주기도 하고, 희귀한 경우 그 사람이 '벗어나고 싶을때' [니가 해 온게 어디 가니...] 라는 말로 돌아오기도 하고 말입니다. 인식이란 참 무서운 것 같습니다. 낙인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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